詩가 있는 하루

詩가 있는 하루

윤 석 호

이국의 남쪽 끝, 메마른 도시
변두리 정류장 표시판 옆에 새 한 마리 서 있다
차가 지날 때마다
세상을 외면하는 몸짓으로 한 걸음씩 물러 난다

여기는 남쪽 끝, 메마른 도시
저 언덕 넘어는 어느 나라의 북쪽
시선 지나는 공중에 아무것도 없어서
너는 지금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구나
느리게 움직이지만 갈필을 잡지 못하는 구나
바람을 칼질하던 깃털에 먼지가 베였구나
너는 사랑을 잃었구나
사랑을 잃어서 하늘까지 잃었구나

여기는 남쪽 끝, 메마른 도시
저 언덕 넘어는 어느 나라의 북쪽
저 언덕 넘어 새로운 북쪽으로 가면
낯선 눈초리에 깃털 한번 털어내고
모른 척 하늘로 되돌아갈 수 있을 텐데
너는 등을 돌려,
그 먼 처음의 북쪽을 생각하고, 짧은 다리와 갈라진 발로
걸어서 가려 하는 구나
태양이 저리 사나운데
그늘 한 점 없는데
너의 뒷모습이 눈에 익구나

COPYRIGHT(c) 2014 MARYKNOLL HOSPITAL ALL RIGHT RESERVED.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 121 메리놀병원 (대청동 4가 12-9) | 대표전화 051.465.8801 | 팩스 051.465.7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