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詩가 있는 하루

오 광 수

가을이 되면
훨훨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울긋불긋 산 모양이 전혀 낯설지 않는
그런 곳이면 좋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루 한 마리 목 추기고 지나갔을
옹달샘 한 모금 마시고
망개열매 빨갛게 익어가는 숲길에 앉아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들으며
반쯤은 졸아도 좋을 것을,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짓궂은 하얀 구름이
그냥 가질 않고
지난날 그리움들을 그리면서
숨어있던 바람 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는 그녀의 미소가 될겁니다.

가을이 되면
텅 비어 있던 가슴 한쪽이 문을 열고
나 혼자의 오랜 그리움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어디론가 훨훨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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