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눔

두 다리, 두 팔이 멀쩡한 것만으로도,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입니다.

매달 첫째주 토요일은 우리 메리놀병원 직원이 부암동 요셉의 집으로 봉사활동 가는 날입니다. 요셉의 집은 신빈회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신빈회는 매주 일요일 부산진역에서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입니다. 물론 평일과 토요일에도 어려운 지역주민들이 요셉의 집에 모여 식사를 하시지요. 한시도 쉴 틈 없는 그곳에 지난 7월 4일 우리 메리놀인들과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첫째 주 아침 일찍 봉사활동에 지원한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토요일엔 역시 늦잠이 최고인데 이렇게 부지런하시네요. 우리 최선희 선생님은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바로 여기 와주셔서 정말 더 감사하였습니다. 이렇게 자발적인 참여로 매달 이루어지는 이 봉사는 마음 하나 씩 떼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은 정말 바쁜 하루였습니다. 그날따라 상하수도 공사로 단수가 되어 9시에는 시작해야할 재료 손질과 식사준비는 최철우 회장님이 차에 물을 싣고 오기 전까지 시작도 못했습니다. 트럭에 싣고 온 물을 바가지로 퍼서 다시 조심조심 옮기면서 하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아까운 물에 손을 씻고, 재료를 다듬다 보니 수도꼭지에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안도의 웃음이 퍼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준비에 돌입하였습니다.

점심 메뉴는 월남쌈과 곤드레밥. 월남쌈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채소를 다듬고 잘게 썰고, 뜨거운 물에 담근 라이스 페이퍼에 채소를 넣고 요령껏 잘 싸야하는 과정은 정말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였습니다. 모두가 둘러앉아 실패한 쌈은 서로 입에 넣어주곤 하면서 부지런히 월남쌈을 쌌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데 쌈은 아직 충분하지 않네요. 배식이 시작되어서도 주방 한 켠에서는 쌈을 싸고, 일부는 국과 컵을 나르고, 수저를 전해주고, 정말 혼이 빠질 정도로 배식시간 지나가 버렸습니다. 딱딱한 음식을 잘 씹질 못하시는 분께는 가위로 음식을 잘라드리고, 부족한 반찬과 월남쌈을 채워 드리면서 분주하지만 풍요롭고 따뜻한 마음이 서로에게 느껴졌습니다. 몇 번 테이블이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하고서야 우리도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슬아슬 배식을 마친 터라 다들 녹초가 되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무척 배고팠습니다. 이윽고 우리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곤드레 밥을 비비면서 월남쌈 한 입 크게 물었습니다. 땅콩 소스 맛과 아삭한 채소들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맛있다!’, ‘집에서도 이렇게 못해 먹는데!’라는 탄성이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하였습니다.

게 눈 감추듯 월남쌈과 곤드레 밥을 먹고, 다시 설거지를 하러 주방에 들어섰습니다. 500인분의 설거지는 모두가 함께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비누칠을 하고 헹구고, 마지막에 깔끔하게 뜨거운 물 소독까지.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독한 식기와 수저를 닦고 챙기고, 마무리 청소까지 하면서야 비로소 모든 일이 끝났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자느라 오전을 다 보내었을 텐데 아직 점심때네요. 배식과 설거지 500인분을 하였다는 뿌듯함과 음식을 나누었다는 보람, 우리 메리놀인이 함께 하였다는 자랑스러움이 밀려왔습니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오늘봉사를 경험하면서 한결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보내는 것, 참 괜찮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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