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려는지 심장 근처가 가렵다
고여있던 시간이 몸 안에서 전구를 켠 듯 환해지면
그늘진 곳에서 철지나 피어있는 치자꽃의 하루를 빌려 당신에게 간다.
잘 익은 구름으로 만든 싱싱한 어제를 두 손에 들고
집요한 질문들로 봄을 장악하고 나서야 꽃들은 물빛으로 흐른다.
환한 손금의 한때에 작은 꽃문을 내고 툭치는 손길에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계절
제대로 여물지 못한 저녁을 미리 꺼내 종소리에 담가 그 속에 숨어 우리 꽃이나 잔뜩 피워볼까
나무들이 초록 입술을 뱉어낼 때 구름 한 모금 입에 물고 여름이 귓속으로 흘러든다.
당신 얼굴에 박혀있는 열 개의 꽃들이 하얗게 젖고 있다.
지금은 무르익은 언어로 방금 도착한 마음을 위로할 때
- 정용화
계간 『열린시학』 2016년 여름호 발표